골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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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은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다. 압축적 성장엔 빛과 그림자가 존재했다.

한강도 시름시름 앓았다. 사람의 욕심 탓이었다. 하천 복원과 홍수 대책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한강을 ‘상실의 땅’이라고 말한다. 1968년 2월 밤섬 폭파 이후 한강은 빠르게 망가졌다.

책은 당시 정치 및 경제 상황과 접목해 한강 상실의 과정을 설명한다. 1970~1980년대 건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모래였다. 골재가 곧 돈이 됐다는 뜻이다. 권위주의 정부하에서 주먹구구식 개발은 소극적으로 용인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됐다.

당시 정부는 한강 개발의 명분으로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 같은 낭만적인 것을 제시했지만, 골재 개발 사업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강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 지도자들의 관점도 문제라고 짚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30년 넘게 재직한 저자는 한강의 본모습을 방대한 자료로 치밀하게 복원한다.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등의 자료와 당시 신문기사까지 교차 분석한다. 특히 다수의 항공 사진을 통해 한강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배를 타고 한강을 답사한 최초의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이라고 기록했다. 1894년부터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한 푸른 눈의 이방인에게 한강은 순백색의 모래사장과 깨끗한 물을 자랑했다. 그 한강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저자는 미래의 한강은 모래사장이 있던 원래의 한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쉽게 다가가 마음껏 물놀이도 하고, 필요하면 배도 띄울 수 있는 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늦봄부터 여름까지는 어린 새들이 둥지를 벗어나 성장하는 시기다. 때문에 요즘 길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작고 둔한 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꽁지깃이 짧고 멍한 까치나, 부리가 유난히 노란 참새 등 둥지를 갓 벗어난 새들을 촬영해 SNS상에 공유하는 게 최근 유행하기도 했다.

새를 관찰하는 건 어렵지 않다. SNS에 올라온 새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다면, 공원을 뛰어다니는 새들에게 눈길이 갔다면 누구든 <뒷마당 탐조 클럽>에 들어올 수 있다.

영화 <조이 럭 클럽>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에이미 탄이 6년간 자신의 뒷마당에서 새를 관찰하며 작성한 기록 90개를 엮었다.

처음 3마리의 새만 구분하던 그는 뒤에 59종의 새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사랑하면 알고 싶고 아는 만큼 더 잘 보인다는 말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새들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했다.

책은 수많은 가설과 물음표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종일까, 왜 모이를 더럽게 먹을까, 왜 무리생활을 할까, 까마귀는 얼마나 똑똑한 걸까, 수컷일까 암컷일까, 방금 행위는 구애였을까. 전문가가 아닌 만큼 작가는 책에 서술한 내용 전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새를 향한 호기심과 사랑은 넘친다. 매일 모이통을 갈고, 꿀물을 담고, 천적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면서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도록 숨죽여 지켜보는 관찰자의 삶에서는 ‘새’라는 종에 대한 사랑이 엿보인다.

새에 대한 집요한 탐구력을 보여주는 탐사 저널리즘이며, 한 편의 소설같이 느껴진다.

새끼와 함께 밥을 먹으러 온 어미 새는 잔소리쟁이가 되고, 새들 사이의 권력 싸움엔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수다가 함께한다.

일기마다 붙은 저자의 그림은 또 다른 볼거리다. 연필로 시작한 스케치는 후반부로 갈수록 구체적이고 다채로운 색의 기록물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가까운 산으로 떠나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숱하게 이뤄진 한강 복원 사업은 말만 ‘복원’일 뿐, 한강을 통해 구현하려는 개념이나 철학도 없었다고 비판한다. 단순히 click here 공원을 만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금빛 모래를 자랑한 그 한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숨죽여 바둑 경기를 시청한 때가 있었다. 2016년 3월9일부터 15일까지 5회에 걸쳐 진행된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국이었다. 이후 2019년 이세돌은 은퇴 선언을 했는데,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는데 인공지능(AI)이 나오면서 … 일종의 게임이 된 것 같다”며 AI가 은퇴 결심의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쩌면 대다수 사람들은 ‘AI 문제’가 자신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되면서 이는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장강명 작가는 <먼저 온 미래>에서 신진서 9단 등 30명의 프로 바둑 기사 및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이미 몇년 앞서 AI의 영향을 정면으로 맞이한 바둑계의 현실을 살핀다.

연구생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모여 함께 바둑을 두고 연구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AI의 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바둑은 점차 개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직접 프로 기사들에게 배우기도 했던 아마추어들 역시 AI 대국을 선호하게 되어 프로 기사들은 과외 일자리를 잃었다.

AI로 인한 의외의 현상도 존재한다. 선천적인 감, 재능을 타고나지 못해 하위권에 머무르던 ‘노력형’ 기사들이 AI 학습으로 발군의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프로 기사에게 직접 배울 수 없어 실력이 떨어졌던 비주류 국가 선수 등도 ‘공평하게’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변화 앞에 제각기 ‘바둑이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펜을 쥔 작가 역시 자신의 소설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만약 바둑계에 있었던 변화가 ‘나의 일’에도 일어난다면? 해답의 실마리는 책 속 문장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현대인의 문제점은 좋은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 그리고 아마 재미없는 삶보다는 재미있는 삶이 좋은 삶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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